독자 여러분께 보내는 슈도힐링의 편지 - 여섯 번째

표지

표지 이미지 저작권은 슈도힐링 작가 님에게 있습니다.


  투두둑 투두둑.
  타프를 두드리는 투박한 빗소리에 하진은 블루투스 스피커 볼륨을 높였다.
  지후가 종종 틀어주었던, 하진을 침대에 올려놓고 책상에 앉아 일할 때면 들려주었던 피아노곡들이 빗소리와 함께 하진의 가슴 언저리를 두드렸다.

  떠오르는 밤이야 많았다. 그리운 시간이야 셀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덤덤할 줄도 알았다.

  "카하아-"

  짙은 원두 향이 양손으로 감싸 쥔 머그잔 위 뽀얀 김을 타고 올라와 코끝에 묻었다.
  곧 식어 축축해진 코를 손등으로 문지르며 괜히 한번 훌쩍. 양 무릎에 팔꿈치를 받치고 몸을 웅크려 앉은 하진이 마른 코를 마셨다.

  멍하니 잔 한가운데 까맣게 담긴 커피에 시선을 두고 다시 투두둑, 투두둑. 머리 위에서 나는 빗소리를 듣다가 굽은 몸을 펴 등을 기댔다.

  "후아..."

  빗줄기에 흐릿했어도 장관이었다.

  굽이굽이 산등성이가 아래로, 그리고 멀리 내려다보이는 지대 높은 캠핑장 명당에 하진은 오늘 혼자 텐트를 치고, 타프를 치고, 램프를 달고 테이블을 펴 앉았다.

  다른 일이 없는 주말이면 이렇게 다닌 지가 꽤 되었다.
  수호가, 진원이 부지런히 챙겨 데리고 다녀준 덕에 이젠 제법 초보 티를 벗은 캠퍼가 되었다.

  지후의 부탁이 있었는지, 아니면 온전한 그들의 호의였는지 한 번도 물어 확인한 적은 없었으나, 하진은 '이들' 덕분에 어느 한 모서리 상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여겼다.

  '캠핑 옴. 여기 지인짜 멋져, 예나야.'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사진도 한 장 찍어 톡.
  이 별것 아닌 일에 히죽 웃을 만큼, 이제 하진은 퍽 괜찮았다.

  가을의 끝자락. 절정을 지나 기운을 잃은 단풍잎들이 제법 내리는 차고 굵은 비에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으니 이제 또 한 계절이 갈 참이었다.

  지후와 함께 보내보지 못한 두 번째 가을이었다.

  하진은 다시 커피를 후룩 한 모금 마시고는 후리스 지퍼를 턱까지 다 올렸다. 그러고는 지금 자세로는 닿을 리 만무하게 멀고 낮게 놓인 작은 히터를 향해 손바닥을 보이며 팔을 뻗었다.
  그럴 리 없지만, 좀 따뜻한 것도 같았다.

  꼬아 앉은 한쪽 다리를 툭툭 차내 듯 흔들며 하진은 한동안 붉은 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내보인 손바닥 대신 발등에 잠깐씩 스치는 진짜 온기가 꼭, 이젠 익숙해진, 그래도 여전히 짧디짧은 지후와의 시간 같다고 생각했다.

  소매 끝을 살짝 뒤집어 시간을 확인했다.
  이곳의 시계로 그곳의 시간을 읽은 지도 일 년이 넘었다.

  하진이 무던해진 만큼, 딱 그만큼씩 지후의 잠이 깊어졌다.
  다행인 일이었지만, 때론 삐죽이 약이 오르기도 했다.
  (아, 하진의 수면 점수는 여전히 베리 나이스였고.)

  '흥.'

  지후의 굿모닝까지 대략 세 시간.
  일단 밥을 좀 먹어봐야겠다.

  '가만. 내 깜찍이 라면 포트가 어딨더라...?'

 

  독자님들 굿모닝.
  오늘은 토막글만을 하나 남기고 물러갑니다. 

  아, 가기 전에!
  감기 금지령을 내립니다.
  부디 다음 글엔 다들 한 주 건강하셨다는 댓글을 읽을 수 있길.
  저도 건강히, 하진이처럼 무사히 또 한 주 잘 보내 볼게요.

  그리고 하나 더.
  독자님들이 가장 좋아하시는 에피가 어느 소제목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면이나 구절이어도 좋습니다.
  여러 개여도 좋으니 콕 집어 알려주세요.
  후에 소박하게라도 보답이 있을 것입니다. 찡긋- 

  그럼 우리 추위와 잘 싸워 이기고 다시 만나요.
  혹여 추위보다 더 시린 날을 만나더라도 지지 맙시다. 

  응원할게요.
  파이팅.

9 댓글

  1. 작가님!!! 격하게 반가워요♡
    하진이 두번째 가을은 저렇게 보냈군요
    완결후 첫가을을 보내는 제마음과 조금은 닮았달까~ㅎ
    캠퍼 하진이라..음청 뚝딱거렸을 지난 일년이 보이는 듯ㅋ
    접고 펴고 다되는 하진이가 사알짝 짠한기분. 지후가 보면 놀라자빠질 그 순간을 기다리며 더더 빠르게 펴고 접고 연습에 매진해보자! ㅋ
    가을 끝자락. 가장 시린 계절을 제법 멋지게 보내는 모습보니 저도 캠핑가고 싶어요.

    가장 좋아하는 에피는 너무나도 많은데..
    요거는 퇴근후에 천천히 정리해봐야지 ㅋ
    좋은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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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시절예찬이랑 우리집 이요.
    수호가 좋아하는 진실게임도. 마음이 쫄리긴 하지만 ㅋㅋ
    모든 에피가 좋은데, 어째서 좋은지 설명하기엔 제 기억이 하찮아서 ^^;
    챕터별로 하진의 디엣을 따라가면서, 같이 알아가고 성장하는것도 좋았고요.
    시절예찬에서 다양한 커플의 풍성한 얘기도 좋고, 우리집에서 지후하진에게 집중되는 뭔가 하진이 감을 잡은 모습에 안정감을 느껴서 좋았던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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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 좋아서 고르기도 어려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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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슈사로사4/11/25 07:53

    우리 하진이 씩씩하게 두번에 가을을 보내고 있군요 ♡♡♡♡♡♡ 그래도 지후가 곁에 없어 너무 외롭다 흑흑 ㅜㅜㅜㅜ

    저는 다소중하지만 제일 소중한 에피 아직도 81화 ㅋㅋ 다시 일상으로 이에피 진짜 몇만번 읽었을꺼예요 ㅋㅋㅋㅋ

    작가님 항상 감기조심 독감조심이요~~ 늘 응원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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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작가님께도 여러번 좋다고했던 욕실문고리 부여잡은 하진이 나온 8화!
    지후의 디엣과 사랑관 100화
    엉킨실타래 요기도 자주 가보는 곳이에요
    댓글놀이 절정이던 시절예찬도 뺄수가 없고.
    일단 앞부분만 스윽 보고 말씀드리는거!
    뒷부분 다음기회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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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슈사로사4/11/25 16:59

    그리고 주인님 내주인님은 소제목부터 설레고 행복합니다♡♡♡♡♡ 다좋아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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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못고르겠어요.. 그냥 다 좋은데ㅎㅎ 꼭 고르자면 1ㅡ10화가 제일 좋은것 같아요! 지후 메일은 재탕할때마다 멋있어서 좋고, 서로 모르는 상태로 탐색전? 같은 느낌이라 좋아요^^ 지후는 후반부로 갈수록 대디같이 느껴졌는데 토막글보고 하진이 혼자 캠핑도 다닌다니 떨어져있는동안 다 컸다 싶네요ㅋㅋ 적다보니 때주 제목 에피 좋아요!! 서로 믿고 진행하던.. 지후가 심장두근거리고 신난다했던 그 에피요ㅎㅎ 일단 감기 이상무입니다 작가님도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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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에피마다 좋아하는 이유가 다른데, '판도라의 상자'에는 명대사가 많아요.
    '관계'에 감정이입돼서 돌아보니 더 좋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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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꺄♡♡♡ 우리 하진이 캠핑이라는 취미가 생겼군요😆

    최애 회차는 너무 많은데요... 으악 고르기 힘들어요ㅋㅋㅋ
    생각나는 거를 좀 말해보자면

    *우리 하진이 미국에서 돌아와 진실게임하다가 패들 맞던 거
    *보스턴에서 미아하진이 기차역 앞에서 지후 겨우 만난거와 호텔가서 둘이 반신욕 하던거
    *지후 생일 챙기는 거 날려먹고 만회 하겠다고 된찌랑 열심히?준비하고 정작 밥을 안하는 실수를 해 속상한 마음에 말 실수 크게해서 마당에서 엉덩이 가혹하게 맞았던 거
    *또 하진이 잡도리 풀어주며 욕조에서 오컨하고 그러다가 몸 멋다로 움직여 다칠뻔 해서 손 맴매 맞았던거와 그리고 나서 전날 봉사 후 혼자 자게 한거 [하진이를 사랑하니까 ]라고 말하며 사과를 해주던거
    *다 같이 여행가서 하진이 이른아침에 엉덩이 엄청 맞아 다른 섭들이랑 같이 물놀이 못 하고 지후 허벅지 위에 앉아서 나눈 대화들
    *비오는 날 목줄차고 걷다가 말 안들어서 크게혼나고
    그날 밤에 숙제 내준거 게으름 부려서 엉덩이 맞으며 지후의 디엣과 사랑에 대해 배운 100화?!(맞나요)
    *아!!!!!선물이라며 오컨플을 지후에게 드렸던과
    *우리 하진이 물 머금고 매 맞는 거 많이 무서워 했던거와 그날 일기검사 하며 또 어린왕자 이야기 했던거
    *그리고 멋대로 지유 만나고 와서 울고 혼나던거와 두번의 여행도 너무 좋았고
    *백일 에피도 참 좋았어요

    으악 이러다 끝까지 다 나열하게 생겼는데요ㅋㅋㅋㅋㅋ
    하지만 또 생각이 났어요ㅠ

    *오컨을 드디어 성공한 오르가즘컨트롤 에피에서 토요일 밤에 지후 단단히 실망시켜 하진이가 뭘 해도 쉽게 반응하지 않던 지후의 맘이 돌아섰던 제대로 안 피하고 패들 맞는 하진이와 이후 혼나고 플하며 린치까지 각잡고 나왔던 211화 까지
    *그리고 성수동 집으로 돌아 간 뒤 처음으로 지후집에 와서 금요일 밤 자기 직전에 지후가 드디어 하진이에게 우리집이라는 말을 허락해주었던 에피
    *또 바람[10] 278화에서 다시 지후집으로 재입성을 허락해준 거
    *마지막으로 수호가 대신 전해줄 말이 세이프워드인 민지후

    인거까지 때주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부분이 보석 같은 작품이에요

    적다보니 진짜 한바가지 가득 적어버렸네요😅
    뭐 하나 버릴게 없는지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ㅠ 시간이 여유로웠으면 더 가득 적었을 거 같아요😅

    *아,,, 동훈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와서 지후 소감도 명대사 였는데 끝에 놓지 않을 거기에 감히?어떻게 벗어나냐 라고 핬던거요

    마무리 하다가 또 적어버린ㅋㅋㅋㅋ😅😅😅

    저희에게 감기금지령을 내리셨는데~ 저 또한 작가님께 감기금지령을 내립니다요!!!!!
    한국도 이제 진짜 겨울로 진입하고 있다던데
    항상 감기조심 건강관리 힘쓰시길 바라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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