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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것은, 그것도 반대의 시간을 사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더 생경한 일이었다. 하진에게는 물론이요, 지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진이 여전히 하루도 빠짐없이 여섯 번씩 하고 있는 일과 보고에 '읽지 않음' 표시가 쉬이 사라지지 않는 것부터가 그랬다.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지후는 답은 주지 않을지언정, 한 번도 하진의 메시지를 미뤄 읽은 적이 없었다.
다음 보고 혹은 그다음 보고를 할 때까지도 남아있는 빨간 선 하나에 하진은 폰을 든 채로 자꾸 엄지손가락을 허공에 그었다.
때론 무안했고, 어느 땐 낯설었고, 가끔은 서글펐다.
사소한 날씨 얘기 또한 그랬다. '우산이 없어 비를 다 맞으며 뛰었다'로 시작한 하진의 재잘거림에 지후는 하진의 하늘에 비가 그치고 햇살마저 다 그친, 밤이 되어서야 답해줄 수 있었다.
하진이 새까만 하늘 아래 있을 때, 지후는 이제 막 아침 알람 소리를 들었다.
눈을 뜨자마자였어도, 그래서 '얼른 따뜻한 물로 씻고 머리 바짝 말려.' 따위의 말은 해줄 수가 없었다.
예상해 봄 직한 거리도 아니었던 것들이 그렇게 불쑥, 자꾸 둘의 발끝에 차였다.
성가셨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해볼 만했다.
함께 눈 뜬 시간 동안엔 배로 애틋했고, 각자의 낮을 살 땐 배로 그리워하며 그렇게 더 사랑했다.
해보지 않은 것들에 낯설어 미숙했지만, 둘 중 누구도 주춤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
지후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규영에게 전화부터 했다. 짧아진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으니 한국은 아직 새벽이었다.
"응."
다시,
"응."
또,
"응."
규영의 긴 설명 마디마다 지후는 짧게 대답했다. 이보다 더 자세할 수 있을까 싶게, 세심하고 맘 좋은 규영은 하진의 상태를, 지금의 상황을 지후가 되물을 것이 없이 한참 설명해 주었다.
"그래, 고맙다. 전화해 볼게. 애썼다."
- 야, 나 의사야- 걱정하지 말고 맡겨. 얼른 통화해 보고. 깨도 다시 잘 잘 거야. 지금 해 봐. 응?
"알았어- 더 자라."
- 그래.
아직 하진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깨워도 상관없으니 빨리 전화해 보라는 규영의 채근에 지후는 거의 만 하루 만에 처음, 입술 사이로 픽 쓴웃음을 흘렸다.
지후는 전화를 끊고 새로 온 것이 없는 하진과의 대화창을 몇 번이고 올려보다가 아주 긴 한숨을 한번 내쉰 후 욕실로 들어갔다.
규영의 잔소리 같은 조언은 귓등으로 들었는지 손에 들었던 핸드폰은 테이블에 엎어두고.
니트, 남방, 바지, 속옷을 지후는 차례로, 온몸에 엉킨 그물을 떨쳐내듯 짜증스레 벗어냈다. 그러고는 곧장 더운물을 틀어 머리부터 적셨다.
지난 밤새 한숨도 못 잔 피로감 같은 건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지후는 분노인지 아닌지 분간이 가지 않는 들끓는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이를 바득 물어 입을 닫고 한참을 서 있었다.
정수리부터 발꿈치까지 더운물을 계속 흘려보내 보아도 씻겨나가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거 같았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다 벗었음에도 온몸은 다름없이 짓눌려있었다.
"하... 시이-발."
지후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몇 번 쓸어내렸다.
하진이 병원에 실려 갔다.
지후 번호도 아니고, 규영, 수호, 진원의 번호도 아니고, 혼자 가까스로 119를 눌러 병원에 실려 갔다.
어젯밤 지후가 막 잠들 무렵 연락을 받았을 땐, 하진은 이미 한바탕 실컷 앓고 난 후였다. 기진맥진 다 지친 하진이 항생제와 진통제를 정맥에 꽂아 넣고 잠든 후, 그러니까 다 끝이 난 후에야 소식이 지후에게 닿았다.
규영의 목소리로였다.
하진이 보호자 연락처로 규영의 번호를 주었다고 했다.
지후는 쏟아지려는 생각을 멈추고 몸을 마저 씻고 나왔다.
작은 거실 창가에 바짝 붙여놓은 식탁 겸 테이블에 앉아 지후는 다시 전화기를 손에 들고 창밖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이젠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동네 풍경. 하진은 아직 걸어 보지 못한, 매일 다니는 거리의 가로수 바랜 잎사귀가 오늘따라 유독 낯설었다.
- 하진아, 잘 만큼 푹 다 자고
- 일어나면 전화해라.
'...'
- 시간 확인하지 말고.
굳이 덧붙인 것은, 아마 하진이 아파 정신없이 전화기를 찾아들었을 때, 지후가 지금 몇 시를 살고 있는지부터 떠올렸을 거 같아서.
독자님들 오랜만입니다. 긴 연휴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짧은 에피 한 토막 고이 놓고 갑니다.
저는 아찐 북스와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이제 본격적인 교정 및 재편집 작업에 들어갑니다.
블로그 글은 앞으로 따로 공지가 없어도 매주 월요일 아침 업데이트될 예정이고, 작업에 시간을 최대한 할애하게 된 만큼 '매번' 토막글을 새로 올리긴 어려울 거 같아요.
하지만 어떤 내용으로든 매주 월요일, 같은 시간에 인사드리겠습니다.
빠른 단행본 출간만이 독자님들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되뇌며.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 믿으며. 히죽...
일기 글, 독자님들의 이야기, 기타 제가 이곳에 적겠다고 말씀드린 것들도 앞으로 차근차근 풀어보도록 할게요.
다음 인사는 27일 월요일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다시 봬요.
다음 주에는 첫눈이 온다는데, 눈송이가 보이면 우리 아픈 하진이 빨리 나아 지후에게 가게 해달라고 빌어볼까 봐요.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건강하게 다시 뵙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다른 공간과 시간 속에서 얼마나 갑갑하려나.
답글삭제그럼에도 불구하고...이길 ^^
작가님도 지치지 마시고 쭉 파이팅!! ^^
답글삭제제때 안길수도, 안을수도 없다는게 이런거구나ㅠ 모르지 않았는데 .. 막상 닥치니 마음이 너무 아파요. 너무 디테일하게 써주셔가지고 지후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요ㅠ 지후야! 하진이 좀 어떻게 해봐 혼내든 달래든 통째로 흔들어줘.. 아픈건 말해야지 진짜 ㅠㅠ
우리우리 작가님!! 오랜만요~♡ 잘 지내고 계신거죠? 매주 같은 시간에 오신다니 이보다 좋은 소식이 없어요. 바쁜 우리작가님 항상 건강조심하세요💕
j2h24949
답글삭제내용도 없이 등록이 되어버렸네요; 둘이 떨어지자마자 일이 생기다니 바람 잘 날 없군요ㅠㅠㅠㅠ 지후 미치는꼴보니 좋긴 하다만(ㅋㅋ) 작가님 덕분에 월요병 타파될 것 같아요! 얼른와라 다음주 월요일
삭제ㅋㅋㅋㅋㅋㅋㅋ 윗 댓글 쓰신 분 남주 구르는 거 좋아하시는구나 ^^ 빵터짐
답글삭제월요일 기대하기 어려운데, 작가님이 그 어려운 일을 해내시는군요!! ^^
흠. 댓글 날짜시간 왜 이럴까요? 얘도 대한민국은 아닌가봄
답글삭제지금시각 20일 오전 2:13분임
아이고...ㅠㅠ 지후가 아픈 거 바로 알려주기, 구석에서 몰래 울지 않기 두 가지 꼭 지켜달라고 했었는데😭
답글삭제아프면 한밤중이라도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했는데, 스스로 119 불러서 실려가고 보호자도 지후가 아니라 규영이 번호 남긴 게 미국이 몇 시 일지 시간 확인하고 규영이 번호를 남긴 게 아닐까 싶어요ㅠㅠ
그래서 지후가 시간 신경 쓰지 말고 전화하라고 마지막에 남긴 거 아닐까 싶은...🫠
울 하진이 아픈 거 숨긴 게 아니라, 급성으로 아픈 거겠지요?! 제때 안길수 없고, 안을 수 없음이 하필이면 실신을 통해 확실히 체감되었다는 게 보는 저도 많이 서글프네요😭
작가님은 명절 잘 보내셨나요??? 잘 지내고 있으신 거죠🥹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작가님이나 하진이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다니 행복합니다.
이제 날이 많이 추워졌을 거 같은데🍂
작가님 감기 조심하세요.❤️🔥
작가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짧게나마 하진이도 볼수 있고 작가님도 뵐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단행본 출간이라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입니다. 어서 빨리 하진이와 지후를 다시 만나고 싶네요. 그렇다고 작가님 무리하시면 안되요 아셨죠?^^ 무조건 작가님 건강이 우선이니 몸조심 하시면서 쓰셔요. 우리는 잘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답글삭제오늘도 반가운인사 감사합니다^^
흑흑흑 ㅜㅜㅜ 마음이 아파요 ㅜㅜㅜㅜ 둘의 마음은 오죽할까 진짜 ㅜㅜㅜ
답글삭제작가님 넘 반갑고 또 반갑고 하진이 지후만봐도 넘 행복합니다♡♡♡언제오시든 잘기다리고 있을께요~~~~차가운날씨 건강조심하세요♡♡♡♡♡♡화이팅^^
단행본 기다리고 있을께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어요. 작가님,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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